episode 9 - 중독
나는 항상 하루 일과를 마치고 나면
늦은 밤, 조용한 방 안에서야 내 진짜 하루를 시작한다.
바로, 침대에 누워서 스마트폰 타임.
하루 종일 이것저것 하고, 집중하고, 참고, 미루고,
그러다 밤이 되면
“그래, 이 정도는 내가 가져도 되지 않나” 하는 마음으로
그동안 못 봤던 영상들을 마구잡이로 소비한다.
넷플릭스 빈지워칭은 너무 무겁고,
요즘은 릴스나 쇼츠처럼 1~2초마다 자극이 오는 영상에 빠진다.
화면을 넘기며 멍하게 웃고,
가끔은 의미 있는 말이나 장면이 나올 때
'오... 이거 괜찮은데?' 싶어서 저장도 한다.
내 알고리즘은 아주 나를 잘 아는 듯하다.
AI, 고령화, 감정, 반려동물, 사회 구조 같은 것들이
끊임없이 올라온다.
'이거 나중에 꼭 콘텐츠에 써먹어야지' 하며 저장하고, 메모해 두고,
때로는 블로그 주제 리스트에도 써넣는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런 아이디어들 중 실행된 건 거의 없다.
그리고 영상 소비가 끝날 무렵,
두 번째 루틴이 시작된다. 망상 + 걱정 타임.
“아 그건 그렇게 말했어야 했는데...”
“내일은 진짜 꼭 해야 한다. 안 그러면 안 될 것 같아.”
“지금 이 루틴은 잘못됐어. 당장 바꿔야 돼.”
“이렇게 살다 간 큰일 나지 않을까?”
소소한 걱정들, 무의미한 반성들,
그리고 어떤 건 현실적인 공포까지.
자려고 불 끈 침대 위에서
나의 두뇌는 오히려 과열 모드에 들어간다.
그래서 요즘은 생각한다.
이 루틴, 끊어야 한다.
단순한 스마트폰 타임과 망상이
내 삶의 리듬을 망치고 있다는 걸 인정하게 됐다.
그래서 이제,
명상으로 하루를 마무리해 보기로 했다.
짧게라도 앉아서
오늘 내 감정이 어땠는지 돌아보고,
머릿속에 떠다니는 생각들을 살짝 내려놓고,
그 상태로 조용히 잠에 들어가려 한다.
이게 내 컨디션에,
그리고 내 삶 전체에 어떤 영향을 줄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최소한,
그 무의미하고 과열된 루틴보단 낫지 않을까.
조금씩 시도해 보고,
변화가 있다면 여기에 남겨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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