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sode - 인간관계
요즘은 누가 보자고 하면 살짝 피곤해진다.
딱히 싫은 건 아닌데, 어쩐지 부담스럽다.
오랜만에 연락 온 지인이 있었고, 예전처럼 술도 마시고, 추억도 나누고, 같이 많이 웃었다.
그건 그거대로 좋았지. 그 순간만큼은 나도 예전으로 돌아간 기분이 들었다.
근데 문제는, 그게 그냥 거기서 끝나질 않는다.
그 사람은 여행 중이고, 나는 지금 한창 내가 뭘 해야 할지,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매일 생각하면서 조심스럽게 살아가는 중인데
자꾸 내 일상 안으로 더 깊게 들어오려고 하니까 좀 숨이 막히더라.
"혹시 너네 집에서 며칠 지내도 될까?"
"너 시간 좀 비워줄 수 있어?"
그걸 거절하면서 내가 자꾸 미안해지는 게 싫었다.
내가 뭘 잘못한 건 아닌데, 왠지 내가 나쁜 사람이 된 것 같은 기분.
지금 내 스케줄, 내 리듬, 내 불안
그걸 굳이 설명하고 싶지 않아서 그냥 조용히 선을 그었다.
사람마다 상황이 다르잖아.
한쪽은 여행자고, 한쪽은 생활자고.
근데 그 간극을 내가 계속 메꿔야 되는 느낌이
지금 내 상황에선 좀 버겁다.
아무렇지 않게 보여야 하고, 뭔가를 내어줘야 하는 관계는
지금의 나한텐 좀 과하다.
나도 내 시간이 있고, 내 리듬이 있고,
그걸 지키고 싶은 마음이 요즘 너무 크다.
요즘은 인간관계도 좀 거리를 두려고 한다.
아주 멀어지자는 건 아니다.
그냥 내가 편한 만큼만, 내가 줄 수 있는 만큼만.
그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예전엔 너무 쉽게 허용했는지도 모른다.
가까운 사람일수록 더 그래야 한다고 믿었고.
근데 지금은 조금 다르다.
가깝다는 이유로 무조건 열어줄 필요는 없다는 걸,
조금씩 배우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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