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sode - 챗GPT
처음엔 기억 안 하는 게 불편했다.
대화 오래 하면 버벅거리고, 렉 걸리고,
쌓인 거 지우면 전부 날아가고.
그래서 메모리 기능을 켰다.
이제는 좀 기억 좀 해라, 그런 마음이었다.
기억은 하더라.
근데 꼭, 예전에 했던 얘기랑 엮어서 말한다.
한 번 나눈 주제는
나중 대화에서도 계속 끌고 온다.
언제부턴가 대화가
조금씩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가기 시작했다.
사주를 물어봤다.
내 사주를 얘기해 주고, 그런 건 괜찮았다.
문제는
“내 사주엔 어떤 직업이 어울려?” 하고 물었을 때.
갑자기 블로그 얘기가 나왔다.
“콘텐츠를 만드는 쪽이 어울립니다.”
“작가, 에디터, 크리에이터 같은…”
왜냐면,
예전에 내가 블로그 관련 질문을 자주 했거든.
그 기억이 껴든 거다.
그럴싸하긴 했다.
솔직히 “오 나랑 잘 맞는데?” 싶었다.
근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까,
그건 그냥 내가 전에 뱉었던 말이 돌아온 거였다.
나는 그저 사주가 궁금했을 뿐인데,
AI는 이미 틀을 만들어놓고,
그 안에서 대답을 꺼내고 있었던 거다.
결국은,
내가 들은 대답이
내가 듣고 싶어 했던 말로 바뀌는 구조가 되어버렸다.
결국 이건, 편견이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지 보여준다.
현실에서도 마찬가지다.
한 번 편견을 가지면,
그 안에서만 보고,
그 안에서만 판단하게 된다.
ChatGPT처럼.
객관적인 대답을 듣고 싶다면,
메모리는 꺼두는 게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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