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sode 4 - 거북이로 살자
나는 요즘 뭔가를 계속 시작만 한다.
근데 끝낸 게 없다.
그게 실행력일까, 아니면 회피일까?
세스 고딘의 『시작하는 습관』이라는 책에서
‘실행 초과(over-execution)’라는 개념을 봤다.
책 속에 이런 예시가 나온다.
> “월요일에는 항공운송 사업을 시작하고,
> 수요일에는 스털링 엔진 특허에 매달린다.
> 주말쯤엔 택배 서비스 사업으로 목표를 다시 세운다.”
읽는 순간, 마음이 묘했다.
딱 요즘 내 모습이 그랬기 때문이다.
나는 면도기 브랜드 ‘BARBA’S’를 만들겠다고 시작했다.
브랜드 이름을 정하고, 로고를 고민하고,
랜딩페이지도 만들고, 인스타그램 콘텐츠도 만들었다.
그런데 최근, 내가 가장 아끼는 사람에게서 이런 얘기를 들었다.
> “이미 시장엔 유명 브랜드가 너무 많아.
> 디자인보다 남자들은 실용성과 가격을 더 본다.
> 대기업을 상대할 수 있겠어?”
맞는 말이었다. 그 말을 들은 후,
클래식 면도기로 방향을 바꿔야 하나 고민했다.
하지만 나는 클래식 면도를 해본 적도 없고,
그건 내 이야기가 아니었다.
결국 멈췄다.
그리고 아무것도 실행하지 않았다.
반면, 또 다른 친구이자 내 몇 안 되는 믿을 수 있는 사람은 말했다.
> “일단 해. 리스크를 감당하지 않으면 리턴도 없어.
> 너무 완벽하려고 하지 마. 그런 건 없어.”
그 말도 맞았다.
그런데 문제는,
그 말조차 듣고도 나는 여전히 멈춰 있는 상태라는 거다.
블로그에 글을 쓰기 시작한 것도,
어쩌면 또 다른 실행일지 모른다.
BARBA’S가 흔들리니까
내 안의 불안을 덮기 위해 ‘또 다른 시작’을 만들어내고 있는 건 아닐까?
세스 고딘은 말했다.
> “이런 실행 초과는 실행 미달만큼이나 안전하다.
> 왜냐면 늘 뭔가를 시작만 하기 때문에
> 그 어떤 결과에도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되니까.”
나는 지금, 실행하고 있는 걸까?
아니면 실패를 피하기 위해
끊임없이 시작만 하는 사람으로 머물고 있는 걸까?
결론은 모르겠다.
그렇다고 내 선택이 모두 틀렸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이 멈춤을 인정하고
거기서부터 다시 천천히 걸어나가고 싶다.
지금 나는 ‘어디쯤에’ 있는 걸까.
그걸 계속 묻고, 쓰고, 마주하고 있다.
계속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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