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sode 3 - 땡땡이를 보고 배웠다.
나는 친구가 많지 않다. 그렇다고 슬프진 않다. 애초에 인생은 결국 혼자라고 생각했고, 내가 죽으면 자기 일처럼 달려와줄 친구 세 명만 있으면 충분하다고 믿어왔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다. 어쩌면 외향적이지 못한 내가 만든 정신승리일지도 모른다. 참고로 나는 I(내향형) 성향이다. 나의 인맥은 학창 시절, 대학교, 그리고 사회에서 만난 동료들이 전부다. 학창 시절 친구들과도 나이가 들면서 자주 보지 못하게 됐다. 각자의 삶이 바쁘니까. 그래도 여전히 가장 솔직하게 터놓을 수 있는 사이다. 요즘은 점점 그런 생각이 든다. 사회에서는 가면을 쓸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내 이야기를 하면 할수록, 상대가 나의 약점을 알아차릴 수도 있다는 냉소적인 의심이 자꾸 스며들기 때문이다. 비즈니스 세계에서는 더욱 그렇다. 진심을 보여주면 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는 아이러니한 현실 말이다. 오늘은 그 적은 인맥 사이, 학창 시절 친구 한 명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그 친구는 어릴 적부터 남달랐다. 늘 웃는 얼굴에 장난기 가득하고, 친구들과 어울리길 좋아하고, 성격도 참 좋았다. 무엇보다 자기 선택에 과감했고, 후회 없이 살았다. 여기서는 그 친구를 "땡땡이"라고 부르겠다. 땡땡이는 공부와는 거리가 먼 친구였다. 스스로도 공부에 흥미가 없다는 걸 일찍 깨닫고, 현실적으로 빠르게 취업 전선에 뛰어들었다. 전공은 요리였고, 그중에서도 일식 파트가 가장 멋져 보였다고 했다. 깔끔한 흰색 복장, 정갈한 손놀림, 장인 같은 분위기—그게 너무 좋았다고 한다.호텔 뷔페에서 일식 파트를 맡으며 일하는 동안, 자기 사수를 보며 '꿈'이 생겼다고 했다. 그 사수는 본인의 쉬는 날에도 출근해, 선임들의 잡일까지 도맡아 하며 옆에서 칼질을 배우고 메모하고, 묵묵히 버텼다고 한다. "아, 어떤 일이든 매순간 최선을 다해야 인정받는구나." 그때 땡땡이는 그걸 배웠다고 했다. 하지만 인생은 그렇게 쉽지 않았다. 그 시기에 땡땡이의 집안 형편이 급격히 기울었고, 그는 20대 초반에 '내가 이 집안을 먹여 살려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호텔 뷔페 월급으로는 부족했고, 더 많은 돈이 필요했다. 그래서 고깃집으로 눈을 돌렸다. 일손이 부족한 업장이니, 지원하면 바로 뽑아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단다. 실제로 면접 보자마자 "오늘부터 일할 수 있냐"는 말이 나왔고, 그는 곧장 "할 수 있다"고 대답했다. 12시간씩, 일주일에 하루도 안 쉬고. 잡일부터 주방 보조, 설거지, 청소까지. 그는 "어차피 하는 거 제대로 해보자"며 기회를 찾아 눈으로 배웠다. 가장 멋져 보였던 건 역시 칼 잡는 선임이었다. 쉬는 날이면 선임 옆에 붙어서 정육 기술을 보며 또 일했다. 눈으로 보고, 손으로 따라하고, 가르쳐달라 하지 않아도 묻어가며 배웠다. 일이 힘들 때면 땡땡이는 늘 자신의 목표를 생각했다. 가족을 위해, 그리고 언젠가는 자신의 가게를 열기 위해. 그 꿈은 그를 밤새 일하게 했고, 다른 친구들이 놀러 갈 때도 일터를 지키게 했다. 나는 가끔 그에게 "쉬엄쉬엄 해도 되지 않냐"라고 물었지만, 그는 항상 "지금 해야 나중에 편해진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그렇게 3년을 하루도 안 쉬고 버티고 일했다. 주방, 홀, 운영 전반까지 손에 익히자 사장은 "너는 키워주고 싶은 인재"라며 총애하였고, 훗날 땡땡이는 본인의 이름으로 직영점을 오픈하는 기회를 얻게 됐다. 물론 직영점을 맡는 것도 순탄치만은 않았다. 초기에는 손님이 없어 걱정했고, 직원 관리에도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그는 또다시 가장 기본적인 것에 집중했다. 맛있는 음식, 정확한 서비스, 깨끗한 매장. 그는 직접 발로 뛰며 홍보했고, 단골 손님 한 명 한 명과 진심으로 소통했다.
그의 가게는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주변 지인들이 응원 차 방문했지만, 점점 모르는 손님들이 늘어났다. 특히 그가 개발한 특제 소스는 입소문을 타고 맛집 리스트에 오르기 시작했다. 그는 단 한 번도 '빨리 성공하고 싶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저 매일매일 최선을 다하다 보니 결과가 따라왔을 뿐이라고. 지금 그는 한 달 매출이 몇 천만 원에 달하는 자영업자로 성장했다. 진짜 멋진 사람이다. 무엇보다 그가 놀라운 것은, 성공 후에도 변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여전히 매장에서 가장 먼저 출근하고 가장 늦게 퇴근한다. 직원들에게는 자신이 배웠던 것처럼 기회를 주고,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준다.
이 얘기를 하는 이유는, 나는 그의 성장과정을 옆에서, 아주 가까이서 지켜봤기 때문이다.
한 단계씩, 땀으로 계단을 오르듯. 누군가가 아니라, 자기 자신을 위해 스스로를 업그레이드해가는 그 모습을 보며 나는 마음속으로 자주 되뇌었다. 사람을 움직이게 만드는 건, 결국 ‘결핍’이 아닐까. 물론 그 결핍은 누군가에겐 콤플렉스일 수도, 지워지지 않는 상처일 수도 있다. 하지만 확실한 건 있다. 어릴 적부터 결핍이 있었던 사람은, 뭔가를 이루기 위해 더 빨리, 더 치열하게 움직인다.
난 땡땡이와 달랐다. 상대적으로 안정된 가정에서 자랐고, 인생에서 절박함을 느낄 순간이 많지 않았다. 대학교도 그냥, 다들 가니까 나도 갔고 취직도 마찬가지였다. 남들이 하니까, 나도 했다. 스스로 선택했다기보다는, 정해진 흐름을 따라간 셈이었다.. 하지만 그런 환경 속에서 나는 어떤 '간절함'도 배우지 못했다. 무언가를 정말 원해서 미친 듯이 노력한 경험이 없었다. 나는 어떤 결핍이 부족했을까? 왜 지금 와서야 자본주의 사회에서 성공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까? 이전에는 그냥 포기했었다. 나는 특별한 재능도, 꾸준함도, 성실함도 없다고 여겼다. 그렇기에 경제적 자유 같은 건 나와 상관없다고 스스로 지워버렸다. 생각해 보면 내 안에도 결핍은 있었다. 남들이 쉽게 이루는 목표를 향한 의지, 스스로를 믿는 자신감, 그리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가 부족했다. 나는 늘 완벽하게 준비된 상태에서 시작하려고 했고, 그 '완벽함'이라는 기준이 너무 높아 시작조차 못 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땡땡이는 달랐다. 그는 준비가 되지 않아도 일단 시작했다. 모르는 것은 배우면 된다는 단순하고도 강력한 믿음으로. 그리고 그 믿음은 그를 배신하지 않았다.
그를 보며 이제는 생각이 바뀌었다. 이제라도 나만의 결핍을 꺼내어, 그걸 동기로 삼아 꾸준히, 성실하게 살아보고 싶다. 나도 이제는 완벽하게 준비되지 않아도 시작해보려 한다. 작은 성공과 실패를 반복하며 내 길을 찾아가는 여정을 시작하려 한다. 어쩌면 우리 모두에게는 각자의 타이밍이 있는지도 모른다. 어떤 사람은 20대에, 어떤 사람은 30대에, 또 어떤 사람은 그 이후에 자신의 길을 찾아간다. 중요한 건 찾기 위해 계속 움직이느냐, 그렇지 않느냐의 차이일 뿐. 나는 이제 움직이기로 했다. 땡땡이처럼. 늦은 시작이더라도, 내 속도로, 내 방식으로, 하지만 멈추지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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