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팟맥스를 끼고,
10분짜리 명상 음악을 틀었다.
눈을 감고 앉았다.
처음엔 그냥 숨 쉬는 데 집중했는데,
어느 순간 내가 뭘 잘하나 생각이 났다.
생각이라기보단 질문.
내가 뭘 잘하지?
명상할 때도 예외는 아니더라.
내가 내 안에다 질문을 던졌다.
그랬더니 누가 응답을 했다.
내 머릿속인데, 내가 아닌 것처럼.
도인 같은 말투로 나한테 반문했다.
그걸 왜 나한테 묻냐고.
네가 더 잘 알지 않냐고.
몰라서 묻는다고 하니
본인은 답을 알고 있다고 하더라.
그래서 알려달라 했더니
답을 알려줘 봤자 넌 또 그걸 가지고 생각하고
이게 맞나 고민하고, 분석하고,
결국 나중엔 아니었던 것 같다고 할 거라고 했다.
자기가 말하려는 건, 그 답을 주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는 거였다.
결국 네가 스스로 찾아야 한다는 거.
뻔한 말인데, 그 순간엔 되게 선명하게 들렸다.

그러다가 어떤 이상한 형상이 나왔다.
초록색 얼굴에, 말라붙은 몸, 길쭉한 팔다리.
얼굴색이 피콜로처럼 초록이었고,
틸다 스윈튼처럼 길고 말랐는데, 얼굴은 좀 기괴했다.
전체적으로 사람 같기도 하고 아니기도 했다.
묘하게 설득력 있는 비주얼이었다.
그 존재는 말은 하지 않았는데
갑자기 내가 기억을 잃었다.
표현이 애매하긴 한데,
딱 잠들다 말고 살짝 졸았을 때처럼
생각이 아예 멈췄다.
그 순간 눈이 뺑글뺑글 돌아갔다.
정확히 말하면 눈동자가 도는 느낌이었는데,
수면마취할 때 심호흡하고 눈 감는 순간
갑자기 뇌가 휙 꺼지는 느낌.
그거랑 비슷했다.
그러다 음악이 점점 작아졌고
마지막 여운 같은 음이 사라지는 순간
현실로 다시 돌아왔다.
알람도 없었고 진동도 없었는데
그 타이밍이 정확히 10분이었다.
내가 뭘 본 건지,
그게 뇌가 만든 거였는지,
잠깐 어디 다녀온 건지는 모르겠다.
희한해서 바로 글을 썼다.
항상 자기 전에 명상하다가 그냥 잠들었는데,
오늘은 처음부터 끝까지 온전하게 해 봤다.
심신 안정엔 확실히 도움이 되는 것 같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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