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상자/머릿속 드래프트

익숙함이냐 합리적 소비냐, 미용실 가격 인상에 흔들리는 마음

시작하는모든것들 2025. 5. 6. 17:20

지금 다니는 미용실을 5년 넘게 이용해오고 있다.
처음에는 가까운 거리와 괜찮은 실력 때문에 다니기 시작했는데, 어느새 내 머리는 여기서만 해야 돼 라는 생각이 들어버렸다. 말 안 해도 내가 원하는 스타일을 척 알아서 해주는 게 편했고, 시술받는 동안의 분위기나 대화도 부담 없이 딱 좋았다.

중간에 미용실이 한 번 이사를 했었다.
예전보다 조금 더 멀어졌고, 나한테는 접근성이 꽤 떨어졌지만, 그때도 불편해도 그냥 다녀야지하는 마음으로 계속 예약을 잡았다. 익숙함이 주는 안정감이라는 게 참 크다. 딱히 새로 알아보고 싶지도 않았고, 다른 데 가면 괜히 불편할 것 같았다.
그래서 그냥 쭉 다녔다.

그런데 이번에 또다시 이사를 간다고 연락이 왔다.
다행히 이번엔 같은 동네라 거리 자체는 크게 문제없었다. 근데 진짜 문제는 가격 인상이었다.
컷트는 약 10% 정도 올랐고,
다운펌은 무려 2배 이상 올랐다.
요즘 전반적인 물가도 오르고 있고, 기술에 대한 정당한 보상이라는 명분도 있겠지만
솔직히 이 정도까지 오르면, 나 같은 단골 입장에서도 이건 좀 아닌데 싶은 생각이 든다.
특히 다운펌은 그렇게 드라마틱하게 뭔가 바뀐 게 없는데 가격만 훅 올라버리니까 가성비 생각 안 할 수가 없다.

그래서 진짜 이번엔 고민을 좀 했다.
그냥 이참에 다른 미용실 한번 찾아볼까?
지금까지의 익숙함이 아깝긴 해도, 이 가격이면 더 나은 선택지가 있지 않을까?
그런데 또 막상 새로운 곳 찾으려니 귀찮고 불안했다.
내 머리 스타일 설명하고, 감 잡게 만들고,
마음에 안 들면 어쩌나 하는 걱정도 들고.

결국은 다시 예약을 잡았다.
이번엔 새로 이사 간 매장이라 분위기도 다를 텐데,
한 번쯤은 가서 잘라보고 나서 진짜 계속 다닐지 결정해보려 한다. 익숙함과 합리적인 소비 사이에서 지금 좀 갈팡질팡 중이다.

생각해 보면, 소비자 입장에서 가격 인상은 무조건 나쁘다 할 수는 없다. 서비스 질이 좋아졌거나, 공간이나 편의성이 좋아졌다면 당연히 일정 부분은 이해된다.
하지만 아무런 변화 없이 가격만 훅 올라간다면
그건 소비자에게 선택지를 고민하게 만드는 요인이 된다. 내가 오랜 시간 쌓아온 신뢰와 익숙함보다
과연 이 정도 가격을 계속 감수해야 할까 라는 현실적인 질문이 먼저 들게 되니까.

미용실도 이런 소비자 심리를 좀 생각해 줬으면 좋겠다. 단골이라고 해서 늘 당연히 따라와 줄 거라는 전제는 언젠간 무너질 수도 있다는 걸.
일단은 마지막으로 가서 다시 해보고 정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