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 ADHD 진단을 받고 두 달 정도 지났다.
그동안 메디키넷을 복용하면서 느낀 변화들,
그리고 일상에서 겪었던 일들을 한번 정리해보고 싶었다.
사실 진단받기 전까지만 해도
머릿속이 이렇게까지 정신없이 돌아다니는 게
모두가 그런 줄 알았다.
근데 아니었다.
머릿속에서 계속 생각이 흐르고
이 생각 끝나기도 전에 다른 생각이 들어오고
그런 게 반복되니까 에너지 소모가 엄청났다.
그렇게 하루 종일 쓸데없는 생각으로 에너지를 다 써버리니
주말엔 그냥 아무것도 안 하고 침대에 누워서
잠만 자고 싶었던 것도 다 이유가 있었던 거다.
메디키넷을 복용한 이후,
그런 머릿속 소음이 조금은 정리되는 느낌이 있었다.
두 번째로 불편했던 건,
자꾸 물건을 잃어버리는 거였다.
핸드폰, 리모컨, 지갑, 이어폰...
늘 뭔가를 찾고 있고,
외출 준비하다 물건 못 찾아서 약속에 늦기도 하고.
약속 시간 맞춰 정해진 곳에 정해진 시간에 도착하는 것도
이상하게 너무 힘들었다.
메디키넷 먹고 나서는
그런 순간들이 아주 줄진 않아도,
예전보다 훨씬 덜 당황하고,
일단 집중해서 해결하려는 흐름이 생긴 것 같다.
총 8주 정도 메디키넷을 복용하면서
부원장님과 세 번 상담했고,
그동안 약 용량도 조금씩 조절하면서 상태를 지켜봤다.
그러다 얼마 전, 부원장님이 이직하셨고
오늘은 처음으로 원장님과 상담을 하게 됐다.
상담에서 내가 요즘 스스로를 너무 몰아세우는 경향이 있다는 얘기를 꺼냈다.
실패하거나 행동으로 옮기지 못했을 때
그걸 잘 견디지 못하고 자책하는 편이고,
그게 반복되면서 스스로를 믿지 못하는 감정까지 생긴다고 했다.
그때마다 나도 모르게 불안감이 커지고
스스로에 대한 신뢰도 낮아지는 느낌.
그럴 때 의사들은 보통
리보트릴이나 알프라졸람 같은
항불안제를 권유할 것 같아서
다른 방법은 없는지 물어봤다.
선생님 말로는, 본인도 그런 몰아세우는 감정을 느낄 때가 있는데
그럴수록 더 느슨하게 바라보는 연습이 필요하다고 하셨다.
그리고 성인 ADHD 환자들 중에는
이상하게 완벽주의 성향이 강하게 나타나는 경우가 많은데
그게 오히려 더 스스로를 무너뜨리는 패턴이 된다고.
내가 느끼는 불안도 결국
ADHD 증상 중 하나라고 했다.
약 복용은 일종의 습관 형성을 도와주는 도구라고 했고,
지금 메디키넷을 복용하는 것도
나중에는 약 없이도 일상을 유지할 수 있도록
기반을 만들어주는 거라고 했다.
메디키넷은 빈속에 복용하면 효과 지속 시간이 짧아질 수 있으니,
가급적 식사 후에 먹는 게 좋다고도 하셨고,
주말엔 안 먹어도 된다고 하셨다.
내성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도 있다고.
다만, 약을 안 먹고 쉬는 날에
그게 무력감으로 이어진다면
그땐 그냥 복용해도 괜찮다고.
현재 용량 그대로 한 달 더 복용해 보고
다음 상담 때 다시 상태를 확인해 보기로 했다.
기록은 남기고, 마음은 조금 느슨하게. 오늘은 이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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