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문득문득, 예전에 자주 보던 사람들 생각이 난다.
뭐 특별히 친한 사이는 아니었을지 몰라도, 그때는 거의 매일 얼굴을 봤던 사람들. 하루 일과처럼 스치고 말았던 관계들이었지만, 그런 사람들과도 어느 정도의 정은 있었다. 근데 이제는 연락을 안 한다. 나도 안 하고, 그들도 안 한다.
처음부터 연락을 끊어야지 했던 건 아니다. 그냥 어느 날부터 ‘요즘 뭐 하냐’는 말을 걸기 애매해졌고, 그렇게 시간이 조금씩 벌어지면서 자연스럽게 잊혔다. 그런 식으로 멀어진 사람이 꽤 많다. 나만 그럴 줄 알았는데 주변을 보면 다들 그렇더라. 연락이 끊겼다고 해서 사이가 나쁜 것도 아닌데, 다시 이어보려니 이상하게 머뭇거리게 된다.
가끔은 그게 자존심 싸움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내가 안 하면 저 사람도 안 하는구나.’ 그걸 확인하는 순간 묘하게 씁쓸하다. 그러면서 생각한다. 그 관계는 결국 그 시절까지만 유지되던 인연이었나.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사회 초년생 시절까지, 그때그때 어울렸던 얼굴들이 시기마다 따로 있다. 다들 각자의 길로 자연스럽게 흘러간 건데, 그게 이상할 것도 없고, 서운해할 일도 아닌데… 이상하게 마음 한쪽이 허전하다.
시간이 지나면서 사람을 만나는 게 점점 어려워졌다. 예전 같으면 불쑥 연락해서 밥 한 끼 먹자고 했을 텐데, 지금은 그런 여유도, 기운도 잘 나질 않는다. 나이 들수록 내 루틴 하나를 깨는 게 점점 더 귀찮아진다. 시간 맞추는 것도, 장소 고르는 것도, 안부를 나누는 것도 부담스럽게 느껴질 때가 있다. 그냥 지금의 조용한 일상을 유지하는 게 편해서, 굳이 움직이지 않게 되는 것 같다.
그렇다고 다 끊어낸 관계들이 아쉬움 없이 남는 건 아니다. 문득 SNS에서 사진 하나 보면 괜히 궁금해지고, 어쩌다 길에서 비슷한 뒷모습을 보면 멈칫하게 된다. 그땐 그렇게 자주 봤는데, 지금은 연락 한 번 하기 어려운 사람이 되어버린다.
그래도 언젠가 어딘가에서 우연히 마주친다면 반가울 것 같다. 그땐 굳이 무슨 말을 먼저 꺼내야 하나 고민하지 않고, 그냥 자연스럽게 웃으며 "잘 지냈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모든 관계가 끝나는 건 아니라고 믿는다. 그냥, 잠깐 멀어져 있는 걸지도.
'기록상자 > 머릿속 드래프트'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나도 이제 진짜 해봐야겠다 – 친구에게 얻은 현실 자극 (10) | 2025.05.18 |
|---|---|
| 잘 자던 내가 갑자기 잠을 못 자기 시작했다 (3) | 2025.05.15 |
| 《프라이멀 피어》 리뷰, 애드워드 노튼 데뷔작 (8) | 2025.05.12 |
| 넷플릭스 다큐 보고 충격… 피를 수혈하며 젊어지려는 남자 (5) | 2025.05.09 |
| 회사 안 다녀도 돈 벌 수 있을까? ‘디지털 노마드’ 진짜 현실 (6) | 2025.05.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