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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빠사나 명상』을 읽고 따라해봤다 – 진짜 이렇게만 하면 돼?

시작하는모든것들 2025. 5. 2. 15:00

 

제목부터 좀 생소하다.

요즘 들어 자아, 나의 내면 같은 것들에 관심이 많아졌고,

그래서 이 책도 한번 읽어보려고 빌렸다.

저자는 헤네폴라 구나라타나 스님.
이름부터가 굉장히 길고 낯설지 않나.
스리랑카에서 태어나 12살 때 말란데니야에서 사미승으로 계를 받았고,

책에서 말하는 명상법도 스리랑카 계통,

그러니까 상좌부 불교(테라와다) 기반이다.

 

우리가 익숙한 한국 불교는 대승불교(마하야나) 계열인데,
기본 개념부터가 다르다. 예를 들어,
한국 불교에서의 이상적 수행자는 보살.
남을 위한 깨달음을 실천해서 모든 중생이 함께 깨닫는 것을 중요시한다.

반면 상좌불교에서의 수행자는 아라한.
자기 해탈, 즉 본인이 먼저 깨닫고 번뇌를 끊는 걸 목표로 한다.

이 수행 철학이 다르듯이, 명상법도 완전히 다르다.
이 책은 바로 그 상좌불교식 명상법,
즉 위빠사나 명상을 스텝 바이 스텝으로 구체적으로 설명해주는 책이다.

 

명상이라고 하면 흔히 생각 비우고 마음을 가라앉히고 이런 추상적인 얘기만 할 줄 알았는데,

이 책은 이렇게 앉고, 이렇게 숨 쉬고, 이렇게 생각을 바라봐라, 이런 식으로 아주 구체적이다.

 

기본은 호흡 관찰이다.
코끝이나 윗입술 근처에서 숨이 들어오고 나가는 걸 그냥 관찰한다.
숨을 조절하려고 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느끼는 거.
생각이 떠오르면 생각 났구나 하고, 다시 숨으로 돌아온다.
단순한데 해보면 진짜 안 된다.

처음 며칠은 이거만 해도 힘들었다.
5분만 앉아 있어도 자세가 불편하고, 다리 꼬고 싶고, 머릿속은 온갖 생각으로 북적북적.
내가 이렇게 생각이 많았나 싶을 정도였다.
그래도 책에서는 이런 상태도 정상이라고 한다.
알아차리고 다시 숨으로 돌아오기, 그걸 반복하라고.

호흡에 집중할 때는 숨이 들어오고 나가는 순간의 감각에 주의를 기울이는 게 중요하다.
처음엔 그런 미세한 느낌이 잘 안 잡히는데,
며칠 하다 보니 코 주변의 찬 기운, 따뜻한 공기 느낌이 조금씩 느껴지긴 했다.


호흡에 익숙해지면 감각이나 감정, 생각까지도 관찰 대상으로 넘어간다.
예를 들면 다리가 저리면 저림, 마음이 갑갑하면 답답함,
잡생각이 들면 생각중이라 인지한다.
그냥 그 상태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흘려보내는 느낌이다.
판단도 하지 말고, 붙잡지도 말고. 이렇구나 하고 알아차리는 것.

이게 특히 인상적이었다.
우리는 평소에 불편하면 자세를 바꾸거나 감정을 덮어버리려고 한다.
근데 이건 그냥 지켜보라고 한다. 

 

어제 해봤다.
명상 중에 허리가 아프기 시작했는데, 예전 같았으면 바로 자세 바꿨을 거다.
근데 아픔이라고 라벨링하고 그냥 지켜봤더니,
그 감각이 고정된 게 아니라 약해졌다가 강해졌다가 파도처럼 움직이더라.
그게 좀 신기했다.
물론 너무 아프면 바꾸라고 책에서도 말한다. 무리하라는 건 아니다.

책에서 계속 강조하는 게 있다. 잘하려고 하지 말라는 거.
명상을 잘하고 못하고가 중요한 게 아니고,
딴생각이 나도, 집중이 끊겨도,
그걸 알아차리고 다시 돌아오는 것 자체가 명상이라고 한다.


일상에서 위빠사나를 실천하는 법도 알려준다는 거다.
설거지할 때, 걸을 때, 대화할 때도
내 감각과 감정에 주의를 기울일 수 있다고.

그래서 어제 걸으면서 한번 해봤다.
보통은 이어폰 끼고 음악 들으면서 걷는데,
그날은 조용히 걸어봤다.
발바닥이 땅에 닿는 느낌, 바람이 살에 스치는 감각, 주변 소리들.
별거 아닌데 나름 신선했다.
물론 중간에 또 생각이 튀어나왔지만,
생각함이라고 하고 다시 걷는 감각으로 돌아왔다.

하루에 20분 명상하라고는 하는데, 그건 좀 어렵다.
나는 아침에 5분, 자기 전에 10분 정도만 해보고 있다.
책에서도 조금씩 꾸준히 하는 게 낫다고 하니까.

그 몇 분이 숨 돌리는 시간이 되는 느낌이다.
아직은 큰 변화까진 모르겠지만,
하루 중 나한테 집중하는 시간이 생겼다는 것만으로도 의미는 있는 것 같다.

 

책은 아직 다 못 읽었다.
뒤에는 명상이 뇌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같은 과학적인 내용도 나오는 것 같아서
그 부분은 좀 기대된다.

무엇보다 좋은 건 이 책이 명상을 신비하게 포장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냥 일상에서 할 수 있는 기술로 설명해 주는 방식이
초보자인 나한텐 훨씬 접근이 쉽다.

다 읽고 나면 한 달 정도 꾸준히 해보고
진짜 뭐가 달라지는지 또 써볼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