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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스텐디드 마인드」 - 생각은 머리 안에서만 일어나는 게 아니더라

시작하는모든것들 2025. 5. 8. 15:00

 
가끔 아무 생각 없이 멍 때릴 때가 있다. 머릿속은 복잡한데 정리는 안 되고, 손은 뭔가 해야 할 것 같은데 아무것도 안 잡히고. 그런 날엔 억지로 앉아서 생각하려 해도 머리는 자꾸 도망간다. 예전엔 그냥 집중력이 떨어졌나 보다 했는데, 이 책을 읽고 나서 그런 생각이 조금 달라졌다.
 
「익스텐디드 마인드」라는 제목부터가 좀 생소했는데, 읽다 보면 점점 내가 생각을 머리로만 해왔다고 믿어왔구나 하는 깨달음이 온다. 책은 말한다. 생각은 뇌 안에서만 일어나는 게 아니라, 몸과 환경, 타인과의 관계, 그리고 감각적인 자극 전체가 함께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말은 쉬운데, 이게 꽤 강한 충격처럼 다가온다. 늘 생각을 정리하겠다고 책상에 앉고, 머리 싸매고 있는 나에게 '그게 꼭 능사는 아니다'라고 말해주는 느낌이랄까.
 
나는 가끔 산책을 나가거나, 익숙하지 않은 카페 자리에 앉거나, 일부러 핸드폰 없이 걸어보기도 한다. 솔직히 말하면 그게 의도된 건 아니었다. 그냥 기분 전환 삼아 했던 행동들이었는데, 책을 보니까 그런 것들조차 뇌 바깥의 자극으로 내 사고를 이끌고 있었던 거다. 즉, 그게 진짜 생각을 확장시키는 장치였던 거다.
기억에 남는 문장이 있다.
 


"우리는 생각을 머릿속에서만 한다고 착각한다".


딱 이 문장 하나가 머릿속에서 오래 맴돌았다. 사실 많은 날들이 그랬다. 머리로만 해결하려 하고, 안 되면 나 자신을 탓하곤 했으니까. 근데 그게 내가 무능한 게 아니라, 생각을 움직일 환경이 막혀 있었던 걸 수도 있다. 머리가 안 돌아가는 날엔, 어쩌면 몸이 가만히 있으니까 머리도 가만히 있었던 거지 않을까?
책은 뇌과학 얘기를 막 어렵게 풀지 않고, 꽤 실용적으로 풀어낸다. 예를 들어 걷는 리듬이나, 눈이 머무는 시선, 주변의 온도나 소리 같은 게 사고의 흐름에 영향을 준다고 한다. 그러니까 내 생각은 내가 만든 게 아니라, 지금 내 몸과 내가 있는 환경이 함께 만들어낸 결과라는 얘기다. 그걸 알고 나니, 괜히 또 뭔가 쓸모없는 행동처럼 여겨졌던 것들이 조금씩 다르게 보인다.
 
그리고 나는 성인 ADHD를 갖고 있는 사람이라서, 이 책에서 말하는 내용들이 더 직접적으로 와닿았다. 평소에도 머릿속에서만 생각하려 하면 오히려 산만해지고 잡념이 겹친다. 그런데 몸을 움직이거나, 자리를 옮기거나, 환경을 바꾸면 생각이 선명하게 이어질 때가 있다. 예전엔 그게 그냥 우연인 줄 알았는데, 이 책을 통해 그런 감각들이 단순한 기분 탓이 아니라 구조적인 이유가 있었던 거구나 싶었다. 그걸 인정해 주는 책이어서, 더 이상 왜 난 이래 같은 자기 비난으로 가지 않아도 되는 기분도 들었다.
 
결국 ‘머리는 시작일 뿐, 전부는 아니다’ 이 말이 이 책의 핵심 같고, 지금 내 사고방식에도 꼭 필요한 말이었다.